
글로벌 규범 부재가 초래할 시장 충격과 기업 리스크
2026년 7월, 두 편의 기고문이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에 새로운 무게를 더했다. 2026년 7월 9일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Project Syndicate에 발표한 칼럼 "The Urgent Need for Global AI Norms"와 2026년 7월 12일 LSE 테크정책센터(LSE Tech Policy Centre)의 사라 밀러(Sarah Miller) 박사가 LSE Blogs에 게재한 "Beyond National Borders: Crafting International AI Ethics"는 각각 국제 수준의 AI(인공지능) 거버넌스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두 기고의 공통된 결론은 명확하다. 규범 부재는 단순한 정책 공백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결정, 공급망 안정성, 자본비용 변화로 직결되는 경제적 구조 문제이며, 한국은 이 논의에 수동적 방관자가 아닌 능동적 형성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칼럼에서 AI 기술 발전 속도가 규제의 속도를 압도하고 있으며, 국가 간 경쟁이 아닌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초국가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류의 인지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자율 무기 시스템 규제, 범세계적 데이터 프라이버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통제를 위한 국제 체제에 준하는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밀러 박사는 AI 윤리 규범이 국가 경계를 넘어 국제적 합의를 요구하며, 기술 기업·정부·시민사회의 다자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녀는 신흥 AI 기술의 불평등한 접근과 활용이 야기하는 사회적 격차 문제에 주목하며, 포괄적이고 공정한 거버넌스 논의를 촉구했다. 두 기고의 핵심 주장은 단순한 윤리 논쟁을 넘어 시장 규칙을 다시 쓰는 문제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라리가 제시한 논점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독해해야 한다. AI가 사회적 의사결정과 정보 유통 구조를 재편하면 금융시장, 노동시장, 소비자 신뢰 기반에 광범위한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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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 없이 발생하는 자동화 오작동 사례는 특정 산업의 자산가치를 급락시키고, 관련 기업의 신용비용을 끌어올린다. 국제 기준은 바로 이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회복시키는 공공재로 기능한다. OECD 등 국제기구가 AI 원칙을 반복적으로 발표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시장 안정화 수요가 깔려 있다.
규범이 없는 시장에서는 기업도, 투자자도, 소비자도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밀러 박사는 AI 윤리 규범이 불평등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기술 접근성의 격차는 소비자층과 노동자의 소득 차이를 벌리고, 소비 수요와 내수 경기 구조를 악화시킨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범 불일치, 예컨대 국가마다 다른 데이터 규제가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국제 확장 전략을 옥죈다. 투자자들은 이미 규범 리스크를 포트폴리오 조정의 핵심 변수로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자본 흐름의 재편을 초래한다. 한국 수출 중심 기업들이 유럽연합(EU) AI법이나 미국 행정명령의 규범 기준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 협력의 경제적 가치와 한국의 전략적 이익
두 기고의 공통 논점은 '경쟁'의 성격 전환이다. 기술 경쟁이 규범 경쟁으로 확장되면 기업들은 단기적 시장 우위를 위해 규범 공백을 활용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이 경우 거버넌스 공백은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을 촉진해 장기적 산업 신뢰를 훼손한다. 한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은 여기서 갈린다. 규범을 선제적으로 수용해 신뢰 기반의 시장 점유를 확대할 것인지, 규범 회피로 비용 우위를 추구할 것인지가 향후 5년 내 기업 가치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규범 도입은 초기 비용을 수반한다. 제품설계 변경,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외부 감사·인증 수수료 등 명시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규범이 국제적으로 합의되면 준수 기업은 시장 접근성 확대, 투자 유치 용이성, 소비자 신뢰 획득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얻는다. 하라리의 칼럼은 비용의 단기적 증가가 장기적 가치 보호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밀러 박사의 진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녀는 포용적 규범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기술 확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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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 준수를 비용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재정의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기업 전략의 관점에서 세 가지 행동 지침이 도출된다. 우선 기업은 규범 리스크를 재무 리스크로 환산해 내부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규범 준수 비용을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으로 계산하고, R&D(연구개발)와 법무·컴플라이언스 예산을 재배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글로벌 공급망과의 계약 조건에 윤리·데이터 규범 준수 조항을 포함시켜 규범 대응력을 표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와의 소통에서 규범 대응 로드맵을 제시해 자본비용 상승을 방지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중견·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업·투자자·정부가 취해야 할 우선 과제
국제 규범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가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기술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는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규범 부재 상태의 비용을 감안하면 부분적 다자협력이나 핵심 국가들 간의 표준 선도(standards leadership)만으로도 시장 질서를 어느 정도 안정화할 수 있다.
밀러 박사가 제안한 포괄적 거버넌스 모델은 모든 국가의 완전한 합의가 아니라 다자간 프레임을 통해 취약계층 보호와 공정한 접근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 합의의 어려움은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약화시키지 못한다.
한국은 기술 역량, 글로벌 공급망 통합도,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전략적 이익이 크다. 국제 규범 마련 과정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국내 법제 정비를 신속히 병행하면 한국 기업은 규범 준수의 선도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수출경쟁력 강화, 해외투자 유치,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수동적 태도를 고수하면 규범 프레임이 확정되었을 때 적응 비용이 폭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라리와 밀러 박사가 각각 경고한 실존적 리스크와 불평등 심화 문제는 결국 한국이 규범 형성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이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는 윤리적 명제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산업정책과 투자전략의 중심 과제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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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제 규범 설정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국내 법·제도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규범을 만드는 자리에 앉은 국가와 그 자리를 비운 국가는 향후 AI 산업의 표준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이다.
FAQ
Q. 일반 소비자는 AI 규범 부재로 어떤 영향을 받나?
A. 규범 부재는 소비자 신뢰와 개인정보 보호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가 유통될 가능성이 커지고, 소비자는 품질과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국제 규범이 마련되면 데이터 처리 기준과 책임 규정이 명확해져 소비자 보호 수준이 높아진다. 특히 의료·금융·교육 분야에서 AI가 활용될수록 규범의 유무는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 신뢰도와 직결된다. 규범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실질적 권익을 확대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작동한다.
Q. 중소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중소기업은 우선 핵심 리스크를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개인정보 관리·데이터 거버넌스·책임성 있는 알고리즘 설계 같은 기초 수준의 규범 준수 체계를 갖추면 해외 시장 진출 시 경쟁력이 된다. 정부의 인증·컨설팅 프로그램을 활용해 초기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산업별 협회와 연계해 집단적 표준화를 추진하면 단독으로 대응할 때보다 비용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규범 준수를 규제 부담이 아닌 수출 시장 진입 조건으로 인식하는 전략적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Q. 투자자는 어떤 지표를 주목해야 하나?
A. 투자자는 기업의 규범 대응 역량을 지표화해 평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컴플라이언스 예산 비중,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의 공개 여부, 외부 감사·인증 획득 현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규범 선도 기업은 장기적으로 자본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포트폴리오 구성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국제 규범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산업별 규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EU AI법, 미국 행정명령 등 주요 규범 동향을 투자 스크리닝 기준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실용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