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던 좁은 물길이, 여섯 개의 조건에 발이 묶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대가로 미국에 내민 청구서다. 전쟁 배상부터 제재 해제, 미군 철수까지 아우른다. 오만의 중재로 타결에 다가서던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든다. 바닷길 하나에 지구촌 경제가 숨을 죽인다.
이 대치의 뿌리는 2026년 미·이란 전쟁에 있다. 연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걸어 잠그자, 미국은 3월 19일부터 재개통을 위한 공습에 나섰고, 4월 13일엔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로 맞받았다. 세계 에너지의 대동맥이 막히며 유가가 출렁이는 사이, 이란과 오만은 해협을 지나는 새 통항 항로를 놓고 물밑 협상을 이어 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자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인 무함마드 바게르 졸카드르가 국영방송을 통해 입장을 냈다. 호르무즈를 다시 열려면 미국이 여섯 가지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해협은 열리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봉쇄된 바닷길을 협상 카드로 쥔 셈이다.
지난 8일 공개된 여섯 조건은 광범위하다. ▶미국의 대이란 위협과 국가적·종교적 가치에 대한 모욕 중단, ▶이란과 그 동맹인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영구 종식, ▶해상 봉쇄 해제와 주변 미 해·공군 철수, ▶두 차례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제재 해제, 그리고 ▶동결 자산의 무조건적 반환이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오만과의 합의가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대변인 호세인 모헤비는 미국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해협은 반드시 열릴 것이며, 이는 오만과의 협상과는 별개라고 했다. 반면 워싱턴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요구의 확장이다. 이번 조건은 6월 17일 중재 각서보다 범위가 넓어져, 팔레스타인과 예멘·이라크까지 명시적으로 끌어들였다. 좁은 해협 하나의 개폐가 이제 지역 전체의 정치·군사·경제 셈법과 맞물린 것이다. 이란이 내던진 여섯 장의 카드 앞에서, 세계는 다시 유가의 시계를 들여다본다. 이 팽팽한 힘겨루기의 끝에서, 바닷길은 과연 열릴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