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중학교(교장 양주연)는 지난 6일 오후 2시 야구부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과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운동부 생활에서 무심코 오가는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학생선수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교육은 1교시 성폭력예방교육과 2교시 인권교육으로 나눠 각각 60분씩 총 120분 동안 이어졌다. 강사가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OX퀴즈와 통계자료, 상황별 질문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참여형 강의로 진행됐다.
첫 시간에는 친한 사이에서 하는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멈춰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선후배 관계나 단체생활을 이유로 상대방의 신체를 함부로 만지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행동, 싫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놀림을 계속하는 행동은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강의에서는 행동한 사람의 의도보다 그 행동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 친근함의 표시라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도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이나 두려움이 될 수 있으며, “싫다”, “그만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면 즉시 행동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선수 10명 가운데 3명이 개인생활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소개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작은 술렁임도 일었다. 운동부 생활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선배의 간섭이나 단체 규칙이 개인의 선택과 사생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I-메시지’ 표현도 직접 연습했다. 짝을 이뤄 “그만하세요. 저는 불쾌합니다”, “그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장난이어도 저는 싫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며 거절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상대방이 거절했을 때 “장난인데 왜 그러느냐”고 되묻거나 웃어넘기는 행동도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법과 친구나 후배가 불편함을 호소할 때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태도도 함께 다뤘다.
2교시 인권교육에서는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안전권, 휴식권을 비롯해 좋은 선후배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살폈다. 운동부에서 훈련과 경기 성적이 중요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수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충분한 휴식 없이 훈련을 이어가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짚었다.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실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동, 경기 결과를 이유로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도 올바른 지도나 팀워크가 될 수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오래된 관행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멈추고 바꿔야 한다는 데 교육의 무게가 실렸다.

강의를 맡은 이미경 늘품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은 “운동부는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는 시간이 긴 만큼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팀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 한마디가 안전한 운동부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소장은 성적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을 알고 실천하는 팀이 결국 경기력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내용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이날 배운 것 가운데 한 가지라도 훈련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교육 말미에는 학생들이 ‘나는 ___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완성하며 각자의 실천 약속을 적었다. “후배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친구가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추겠습니다”, “장난이라는 말로 넘기지 않겠습니다” 등 학생들이 직접 정한 다짐이 이어졌다.
몇몇 학생은 자신이 쓴 문장을 동료 선수들 앞에서 발표했고,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교육을 마친 한 학생은 “친한 친구끼리 하는 장난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싫다고 느끼면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장난이라는 말을 이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에는 홍기성 야구부 코치 등도 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다. 선수들만 교육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지도자도 같은 내용을 들으며 자신의 지도 방식과 언어를 돌아봤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홍기성 야구부 코치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말과 행동들을 돌아보게 됐다”며 “선수들에게 성적을 요구하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코치는 앞으로 훈련 현장에서 교육 내용을 실천하고, 선수들이 어려운 일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주연 청원중학교 교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동료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를 몸에 익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는 운동부 학생들이 운동 실력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권·안전 교육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교육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답을 고르고, 거절하는 말을 연습하고, 자신의 실천 약속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장난으로 시작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지도자도 자신의 언어와 태도부터 돌아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와 지도자가 한자리에서 서로의 생각과 다짐을 들었다는 점도 이번 교육의 의미를 더했다. 교육 시간에 적은 학생들의 약속이 훈련장과 경기장에서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교와 지도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미경 강사는 늘품심리상담연구소 소장으로 성폭력 등 폭력예방교육과 부모교육, 감성코칭 분야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챗사피엔스 원격평생교육원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강의 관련 문의는 네이버에서 ‘이미경 강사’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