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링에 오른 청소년들…복싱 단편영화 ‘스파링 데이즈’, 영화제 출품

복싱 링 위에서 상대와 주먹을 맞대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링에 오르기까지 반복한 훈련과 두려움을 견뎌낸 시간은 한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군산에서 제작된 단편영화 ‘스파링 데이즈’는 복싱을 승패의 스포츠로만 바라보지 않고, 청소년이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에 카메라를 맞췄다.

군산시민영상미디어센터 ‘샘’이 제작한 ‘스파링 데이즈’는 군산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복싱 스포츠 드라마다. 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2026년 전북 지역 안팎의 영화제에 출품을 마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선정 결과는 오는 10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복싱을 좋아하는 학생 영호다. 학교폭력과 좌절을 겪은 영호는 복싱을 통해 무너진 자신감을 되찾고 조금씩 변화한다. 영화는 영호가 강한 선수가 되는 과정보다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에 집중한다. 주먹을 피하고 맞으며 버티는 복싱의 과정은 영호가 현실의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맞물려 이야기를 끌고 간다.

작품의 출발점은 실제 군산의 복싱 체육관이었다. 연출을 맡은 조명연 감독은 군산폴짐에서 복싱을 배우며 청소년과 체육관 회원들을 만났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와 각자가 링 위에서 경험한 감정에 귀를 기울였고,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조 감독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종구 역으로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로 현장을 경험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연출을 맡아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군산과 복싱이라는 소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도 지역성이 반영됐다. 실제 복싱을 경험한 군산 지역 청소년들이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참여했다. 카메라 앞에서 처음 연기하는 청소년도 있었지만, 복싱 자세와 움직임은 이들에게 익숙한 언어였다. 훈련 장면과 링 위의 움직임을 과장된 액션으로 구성하기보다 실제 경험에서 나온 몸의 반응을 화면에 담는 데 무게를 뒀다.

군산의 거리와 생활 공간 역시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특정 관광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청소년들이 걷고 운동하며 생활하는 익숙한 장소를 활용했다. 영화 속 군산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무대가 아니라 영호의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스파링 데이즈’ 제작 이후 조 감독의 활동은 지역 연기 교육으로 이어졌다. 그는 최근 군산시 월명로에 ‘나다운 영화 연기 아카데미’를 개원했다. ‘감정 놀이터’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곳은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과 시민들이 영화 연기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편의 지역 단편영화가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카메라와 배우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제공한 공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여가 작품의 결을 만든다. ‘스파링 데이즈’에는 군산에서 복싱을 배우는 청소년들의 움직임과 지역 시민들의 제작 경험이 함께 기록됐다.

현재 영화는 영화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상이나 선정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군산의 체육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시나리오가 되고,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 영화제 출품작으로 완성됐다는 제작 과정은 분명하다.

‘스파링 데이즈’라는 제목처럼 영화 속 청소년들은 삶의 링 위에서 각자의 스파링을 이어간다.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주먹보다 넘어지고도 다시 자세를 잡는 순간. 이 영화가 기록한 것은 바로 그 시간이다.

작성 2026.07.15 07:11 수정 2026.07.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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