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에는 지도자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짧은 일화가 실려 있다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초(楚)나라와 전쟁을 벌이던 중 황봉(黃鳳)의 언덕에 이르렀다. 전쟁터를 향해 가던 그의 신발 끈이 풀어졌다. 문공은 아무 말 없이 몸을 굽혀 스스로 신발 끈을 묶었다.
곁에 있던 신하들이 말했다.
“사람을 시켜 묶게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문공은 이렇게 답했다.
“훌륭한 군주는 곁에 있는 사람을 모두 공경하고, 그다음 군주는 사람을 사랑하며, 못난 군주는 곁에 있는 사람을 업신여긴다. 나는 비록 부족하지만 선군(先君)을 모시던 신하들이 아직 모두 살아 있으니, 차마 그분들에게 이런 일까지 시킬 수가 없다.”

신발 끈 하나를 묶는 일은 작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작은 일에서 드러난다. 권력은 사람을 부리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품격이 결정된다.
지도자는 위기 속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사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시절 함께 견디고, 비난을 함께 감수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단순한 지지자가 아니다. 그들은 지도자의 신념을 믿고 자신의 시간과 명예를 걸었던 사람들이다.
반대로 권력이 커질수록 새로운 얼굴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충성을 말하고, 누구보다 앞장서 지도자를 칭송한다. 그러나 그들의 충성은 신념보다 권력을 향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형세가 좋을 때는 가장 가까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형세가 기울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사람도 대개 그런 부류다. 바람을 따라 날아온 사람은 바람이 바뀌면 다시 바람을 따라 떠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람을 얻는 것보다 사람을 잃는 일을 더 경계했다.
사람은 어려울 때 비로소 드러난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형세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가까이 다가오지만, 이해관계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형세가 바뀌면 먼저 발걸음을 돌린다. 지도자가 끝까지 살펴야 할 것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시간이다.
외연을 넓히는 일은 필요하다. 나라를 운영하는 데는 다양한 사람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을 얻기 위해 오래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잃는다면, 그것은 확장이 아니라 기반을 허무는 일이다.
집은 기둥 위에 서 있다. 기둥을 흔들면서 지붕만 넓힐 수는 없다. 오래 버텨 준 사람들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위에 세운 어떤 외연도 오래가지 못한다.
문공이 직접 신발 끈을 묶은 것은 신발 끈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도자가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체면이 아니라 사람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누구와 함께 여기까지 왔는지 잊지 않는 일이다. 어려울 때 곁을 지킨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다. 그것이 조직을 살리고 공동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황봉의 언덕에서 문공은 말없이 신발 끈을 묶었다.
신발 끈은 손으로 묶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예(禮)와 신의(信義)로만 묶을 수 있다.
선왕과 함께 나라를 지킨 사람들을 끝까지 공경했던 문공은 그 이치를 알고 있었다.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잃는다면, 그것은 얻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이다.
황봉의 언덕에서 문공이 몸을 굽혀 묶은 것은 신발 끈 하나가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