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11. - 고향에선 괜찮던 촬영, 한국에선 성범죄다

국가별 불법촬영 처벌 기준 차이와 외국인 유학생 대응 요령

노출 없어도 동의 없는 촬영은 유죄 출입국 사법심사 '비상'

카메라 압수 시 변호사 조력 필수... 삭제나 직접 연락은 금물

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11.

- 고향에선 괜찮던 촬영, 한국에선 성범죄다

 

 

 

◇ 기준을 모르면 신상등록과 강제퇴거까지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을 뿐인데…  

여름 해운대. 한 외국인 유학생이 바다를 배경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잠시 뒤 옆에 있던 사람이 경찰을 불렀다. 카메라는 그 자리에서 압수됐다. 본인은 풍경을 찍었다고 말했지만, 조사는 이미 시작됐다.

 

실제로 해운대 같은 곳에서 외국인이 촬영하다 신고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한 시기에는 해변 촬영으로 적발된 사람의 다수가 외국인이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한 병 철 변호사

이유는 단순하다. 본국에서는 합법이던 행동이, 한국에서는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이 같은 지점에서 걸린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공공장소에서 눈에 보이는 모습은 찍어도 된다." 미국, 베트남, 중국 길거리에서는 대체로 맞는 말이다.

 

미국은 '합리적으로 사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서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찍었을 때만 처벌한다(영상관음 처벌법, 18 U.S.C. 1801). 길에서 옷을 입은 사람을 찍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일본도 2023년에야 촬영죄(성적자태 등 촬영처벌법)를 만들었다. 그마저도 성적인 부위나 속옷을 노린 촬영이 대상이다. 공공장소에서 옷 입은 뒷모습을 찍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단일 법이 없다. 사적인 공간을 몰래 찍어도 치안관리처벌법에 따라 10일 이하 구류와 벌금 정도의 행정처벌(가벼운 행정 제재)에 그친다. 다만 유포하거나 팔면 형사처벌이 무거워진다.

 

베트남은 따로 성범죄 조항이 없다. 초상권(자기 모습에 대한 권리, 민법 제32조), 사생활(민법 제38조), 모욕죄(형법 제155조)로 다룬다. 대부분 민사나 명예 문제로 접근한다.

 

한국은 다르다. 그 차이를 모른 채 평소 습관대로 찍다가 형사 절차에 들어서는 외국인이 많다. 

 

◇ 한국 법은 '동의'를 본다

 

한국의 기준은 성폭력처벌법(성범죄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14조에 있다.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할 것. 둘째,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일 것. 이 둘을 모두 채우면 촬영 자체가 범죄가 된다.

 

핵심은 '나체냐 아니냐'가 아니라 '상대가 동의했느냐'다. 한국 법원은 옷을 입은 다리, 레깅스 차림의 전신, 치마 밑 허벅지를 찍은 사건에서도 유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노출이 없어도 처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처벌 수위도 가볍지 않다. 촬영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제14조 제1항). 동의를 받고 찍었더라도, 나중에 상대 의사에 반해 퍼뜨리면 똑같이 처벌된다(제14조 제2항).

 

한국에만 가까운 조항도 있다. 이런 영상을 사거나 저장하거나, 단순히 보기만 해도 처벌한다(제14조 제4항, 이른바 'n번방 방지법'). 성인 대상 영상의 단순 소지·시청까지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법의 빈틈을 노려서도 안 된다. 휴대폰 화면에 띄운 영상을 다시 찍는 식의 행위는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있지만, 이는 매우 좁은 예외이고 다른 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또 저장장치에 영상이 입력된 순간 이미 기수(범죄가 완성된 상태)가 되며, 미수범도 처벌한다.

 

이미 조사가 시작됐다면

상황이 벌어졌다면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오늘 안에 할 일이 있다. 진술하기 전에 변호인과 통역부터 확보한다. 한국어가 서툰 상태에서 한 진술은 평생 따라온다. 불리한 오해를 부르는 답변은 피한다.

 

다음 며칠 안에 할 일이 있다

변호인과 함께 촬영 경위를 정리한다. 정말 풍경을 찍은 것이라면 동선, 주변 정황, 다른 사진들로 의도를 소명한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진행될 출입국 심사도 함께 대비한다.

 

절대 하지 말 일도 분명하다.

 사진이나 영상을 스스로 삭제해서는 안 된다. 증거를 없애면 더 불리해지고, 어차피 디지털 포렌식(저장기기를 복원·분석하는 수사)으로 되살아난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서도 안 된다. 합의하려던 연락이 협박이나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처벌이 더 무거워진다.

 

◇ 변호사가 들어오면 무엇이 달라지나

 

변호사는 네 가지를 함께 본다.

첫째, 증거 정리다. 어떤 사진이 문제이고 어떤 사진이 무관한지, 압수된 기기에서 무엇이 나올지 미리 점검한다.

 

둘째, 절차 선택이다. 혐의를 다툴지, 인정하고 기소유예(죄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 않는 선처)나 벌금형으로 기록을 줄일지 방향을 정한다.

 

셋째, 타이밍 판단이다. 지금 소명할 단계인지, 자료를 더 모을 단계인지 가른다.

 

넷째, 실수 방지다. 삭제나 직접 연락처럼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막는다.

 

◇ 외국인에게는 한 단계가 더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출입국 당국이 체류 여부를 따로 심사한다(사범심사). 성범죄는 형이 가벼워도 강제퇴거(체류 자격을 잃고 강제로 출국당하는 것)와 입국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 

 

신상정보 등록(성범죄자로 정보가 등록되는 것)과 취업제한(학교·복지시설 등에 일정 기간 취업이 막히는 것)도 따라온다. 변호사는 형사 대응과 출입국 대응을 함께 끌고 간다.

 

가장 확실한 보호는 선을 아는 것

한국에서 카메라를 둘러싼 선은 본국보다 훨씬 앞에 그어져 있다.

그 선을 모르면, 사진 한 장이 전과와 강제퇴거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한국 법의 선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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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10 13:18 수정 2026.07.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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