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기업들은 웹사이트(홈페이지)를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여겼다. 블로그와 SNS, 검색광고가 마케팅의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자사 웹사이트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이 다시 뒤집히고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 자체가 바뀌면서, 기업의 '웹사이트'가 다시 무대의 중앙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진원지는 생성형 AI다. 소비자들은 이제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는 대신,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에게 문장으로 묻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대화형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AI탭'을 전체 이용자에게 정식으로 선보였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맥락을 이해해 답을 정리해주는 것을 넘어, 쇼핑과 장소 탐색, 예약 같은 실제 행동까지 연결하는 방향이다. 문제는 이 답변 안에 내 회사가 언급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아예 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등장한 개념이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엔진 최적화)다.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기 위한 기존의 SEO(검색엔진 최적화)가 '검색창에서 보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GEO는 'AI의 답변 안에 인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순위 경쟁이 아니라, AI가 신뢰하고 끌어다 쓰는 정보원이 되는 싸움으로 판이 바뀐 셈이다.
AI는 추상적 홍보보다 '근거'를 인용한다. 주목할 점은 AI가 무엇을 인용하는가이다. AI는 당신이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등 막연한 홍보 문구보다, "2026년부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월 에너지 소모를 18% 줄였다"처럼 수치와 사례, 출처가 담긴 정보를 더 잘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주장보다 사실을, 수식어보다 데이터를 우선한다는 뜻이다.
콘텐츠의 구조도 중요하다. AI는 긴 문단보다 하나의 문단에 하나의 핵심이 담긴 글을 잘 이해한다. 질문형 제목, 결론을 앞세우는 두괄식 문장, 표와 목록으로 정리된 정보가 AI에게는 훨씬 친절한 콘텐츠다. 결국 GEO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글'을 넘어 '기계가 이해하고 인용하기 좋은 글'을 만드는 일이다.
작은 기업일수록 기회다. GEO는 특히 전문성으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기업에 적합하다. B2B, 제조업, 의료·교육·법률 등 신뢰가 자산인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SEO·GEO 전문 매체 서치엔진저널(Search Engine Journal)에 따르면, B2B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인용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약 56%)이 기업 자사 웹사이트였다고 한다. 잘 정리된 홈페이지 하나가 다시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GEO가 SEO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색엔진 최적화라는 튼튼한 기초 위에 GEO라는 건물을 올리는 구조에 가깝다. 기본이 탄탄한 콘텐츠일수록 AI에도 더 잘 인용된다.
다만 유의할 점도 있다. 최근 "단기간에 AI 노출을 보장한다"는 GEO 대행업체가 늘고 있는데, 과거 SEO 초창기의 과장 마케팅과 닮은 패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지름길은 없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꾸준히, 정직하게 쌓아온 기업이 AI의 선택을 받는다.
화려한 간판 대신 한결같은 진심으로 단골을 지켜온 노포처럼, 이제 기업은 자사의 정보를 한 번 더 다듬어 AI 앞에 정직하게 내놓아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검색의 시대가 저물고 대화의 시대가 열린 지금,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