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필요’라 답했지만 정책은 몰랐다…의료개혁 인식의 간극

의료개혁 필요성 공감 76.5%, 정책 인지도는 10%대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 격차, 국민이 지목한 구조적 문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국민 소통이 개혁 성패 좌우

지역 필수의료 붕괴가 반복되는 가운데, 국민 다수는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내용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개혁의 방향성보다 ‘소통 방식’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응급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이어지면서, 지역 필수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 지역 응급의료기관 전경과 의료 인력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 이미지. 사진=경기연구원

경기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개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5%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료개혁의 당위성 자체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모른다’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6.7%에 달해서 정책 추진과 국민 체감 사이에 상당한 인식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20대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의료개혁 정책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의료개혁이 중장기 국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국민 대상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 지역 응급의료기관 전경과 의료 인력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 이미지. 사진=경기연구원

국민이 인식하는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는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이 71.5%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지역 간 의료격차’가 67.0%,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47.3% 순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접근성 저하와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 인식은 세대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20~30대는 ‘의료사고’와 ‘건강보험 제도’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한 반면, 40대는 ‘의료비 부담’을, 50~60대는 ‘과도한 의료 이용과 비용 증가’를 주요 문제로 지적했는데, 의료개혁 논의가 단일 해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료개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과제로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가 73.7%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필수의료 강화’ 68.0%,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역 의료격차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34.4%에 달했다.

 

거주 지역별 체감도 역시 달랐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39.7%는 지역 의료격차를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고 응답해, 수도권 응답자보다 체감 수준이 더 높았는데, 의료 접근성이 일상생활의 안전 문제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지역 응급의료기관 전경과 의료 인력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 이미지. 사진=경기연구원

지역 의료자원 불균형의 원인으로는 ‘지방 의료인력 부족’이 78.6%로 가장 많이 지적됐으며, ‘대도시 의료자원 편중’과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 현상’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요성에 82.0%가 공감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이제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국민과 함께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성공적인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국민과의 소통 강화’, ‘공감 기반 정책 추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책의 방향성보다 실행 과정에서의 신뢰 확보가 개혁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작성 2026.01.15 17:36 수정 2026.01.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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