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고통은 그것을 피하려고 할 때만 해롭다

고석근

당신이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라.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강> 부분

 

오래전 강의 시간에 한 회원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어머님께서 항상 남편 속옷을 빠세요.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담담하게 처방을 내렸다.

 

“시어머님을 복지관에 보내셔요.”

 

 몇 주일이 흐른 후,

 그 회원은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시어머님이 복지관에서 한 할아버지를 사귀셨어요. 남편 속옷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셔요.”

 

20c 최고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삶의 무의미를 논의하려 하지 말라. 네 삶의 형식을 바꾸어 그것이 의미 있게 보이도록 하라.”

 

외로운 시어머님에 대해 삶의 무의미를 논하지 말아야 한다.

그녀의 삶의 형식이 바뀌게 해야 한다. 

그녀 앞에 ‘늦사랑’의 신나는 세계가 펼쳐지게 해야 한다.

 

시인은

‘당신이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말하지 못하게 한다.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라.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괴롭고 외로운 그 사람은 강가에서 말갛게 다시 태어난다.

그 사람은 새로운 삶의 형식을 찾아낸다.

 

‘고통은 그것을 피하려고 할 때만 해롭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6.01.08 11:05 수정 2026.01.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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