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성관계는 없다

고석근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괴로운 나머지 그렇게 불러보았더니

 먼 데서

 그이의 목소리가 되돌아왔지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 신까와 카즈에, <술래잡기> 부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에는 다음과 같은 명구절이 나온다.

 

 

질투에 사로잡힌 영혼은

질투의 원인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낳고, 스스로 태어난 괴물.

 

우리는 흔히 오셀로가 ‘사랑의 질투’에 사로잡혀 파멸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오셀로는 그의 청순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걸까?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단호히 말한다.

 

“성관계는 없다.”

 

오셀로는 용병 출신으로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데스데모나는 원로원 의원의 고명딸이다. 이 둘의 성관계(사랑)가 가능할까?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소박하게 살아가는 원시인이었다면, ‘사랑의 질투’의 불길에 휩싸여 한 줌 연기로 사라졌을까?

 

오셀로는 사랑의 이름으로 데스데모나를 잔혹하게 죽였지만, 그의 사회적 지위(장군)가 그를 살인귀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라캉은 말한다. 

 

“사랑은, 성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우리는 한평생 사랑을 찾아 헤맨다.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2.18 11:18 수정 2025.12.18 11:32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유튜브 NEWS 더보기

신앙의 성장단계를 아시나요?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