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오

고석근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울고 있는 이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 라이나 마리아 릴케, <엄숙한 시간> 부분  

 

 

산을 보면 당연히 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산은 산일까?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示空空卽示色)이다. 산이라는 색(물질)은 실은 공(에너지장)이다. 산을 오랫동안 보면, 산과 다른 사물들이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 같다. 산이 산 같지 않다. 파동을 일으키는 산이다. 이렇게 보이는 산이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산이 아닌가? 나의 인상(印象)이 느끼는 대로 보이는 산, 그때의 산을 성철 선사는 ‘산은 산’이라고 했다.  

 

그럼, 사람은 어떻게 보이는가? 사람을 자세히 보면, 사람도 물질이라 물질로 보이지만, 실은 에너지장이기에 다른 사람, 사물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만물제동(萬物齊同)이다. 인간의 근원적 불행은 여기 있을 것이다.

 

보이는 대로 살지 못하는 것! 각자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살아야 하니, 마음고생이 얼마나 크겠는가? 물론 우리는 ‘엄숙한 시간’에는 안다.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울고 있는 이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거의 모든 시간은 엄숙하지 않다. 엄숙하게 보내서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엄숙한 시간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우리는 생애 대부분을 각자 혼자 울며 보내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1.06 10:58 수정 2025.11.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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