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의 시간, 마한의 사랑이 무대 위에 부활하다

공주 수촌리서 펼쳐진 연극 ‘천년의 사랑 - 대롱옥’, 지역 역사 스토리텔링의 정점

깨진 옥이 이어낸 1500년의 인연, 잊힌 마한의 사랑을 되살리다

백제와 마한의 경계에서 피어난 비극적 사랑, 지역 문화유산의 새로운 해석

연극 ‘천년의 사랑 - 대롱옥’ 포스터. 사진=극단 필통창작센터

1500년 전 마한의 잊힌 사랑 이야기가 공주시 수촌리 무대 위에서 되살아났다. 연극 ‘천년의 사랑 - 대롱옥’은 깨진 옥 한 조각에서 시작된 전설을 현대 예술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깊어가는 가을밤, 공주시 수촌리초등학교 강당이 1,500년 전 마한의 숨결로 물들었다. 지난 10월 18일(토) 오후 5시, 연극 ‘천년의 사랑 - 대롱옥’이 지역 주민과 관람객의 뜨거운 박수 속에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2025년 공주시 문화유산 활용사업으로 선정돼 제작된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탄탄한 구성으로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작품은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 실제 발굴된 ‘깨진 대롱옥’에서 영감을 얻었다. 4호분과 5호분에서 각각 출토된 옥 조각이 한 연구자에 의해 정확히 맞춰지며, 그 조각들이 고대 마한의 남녀가 나누었던 사랑의 부절(符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이 스토리의 출발점이다.

 

극의 배경은 백제가 웅진(현 공주)으로 천도하던 시기로, 당시 마한의 소국 ‘감해비리국’과 백제 사이의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인물이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결국 역사라는 벽 앞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1,500년 후, 그들의 사랑은 부절을 통해 다시 연결된다. 이 서사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기억과 유대를 상징한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 김모 씨는 “고대에도 사랑을 증표로 남겼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마치 ‘사랑과 영혼’을 연상시키는 감동적인 서사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백제 중심의 역사 속에서 잊혔던 마한의 존재를 새롭게 알게 됐다”며 “지역의 뿌리를 다시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연극의 작·연출을 맡은 극단 필통창작센터 김효섭 대표는 “유물 속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저항의 역사를 예술로 불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승자의 기록에 가려진 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주시 해밝은작은도서관의 박용주 시인은 “이번 공연이 백제의 그림자 속에 묻혀 있던 마한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다”며 “과거의 문화유산이 예술을 통해 현재로 이어지는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작성 2025.10.20 22:35 수정 2025.10.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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