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시대에 대해서 상심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고석근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 정약용, <홀로 웃다> 부분

 

어제 한 젊은 시인 지망생과 술잔을 나누게 되었다. 나는 ‘젊음’을 만나는 기쁨으로 설레었다. 하지만 빈 술병이 늘어날수록 나는 절망했다. 그녀는 반문했다.

 

“시를 쓰는데, 왜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해요?”

 

나는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에게서는 어떤 시가 나올까?’ 인터넷에 널려 있는 감상적(感傷的, sentimental)인 시들이 떠올랐다. 감상적인 시는 감성이 충만하지 못한,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시인에게서 나오는 시다. 그런 시에는 싸구려 눈물이 넘쳐흐른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감정 하나하나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시를 쓰는 사람은 이 세상의 가시에 수없이 할퀴어진다. ‘시대에 대해서 상심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정약용 시인은 절망한다.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하지만 홀로 웃는다.

 

이때 시가 나온다. 30대 초반의 시인 지망생의 해맑은 얼굴, 왜 그녀의 얼굴에는 세파(世波)가 할퀴고 가지 않았나?

 

문학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아버지의 세계에서 어머니의 언어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한다. 

 

아버지의 세계는 이 세상이다. 그녀는 이 세상이 두려워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녀는 성장하지 않는 아기다. 아기의 옹알거림은 최고의 시이지만, 그녀의 옹알거림은 시가 될 수 없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0.02 11:13 수정 2025.10.02 11:21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유튜브 NEWS 더보기

신앙의 성장단계를 아시나요?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