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성석제의 단편 ‘이 인간이 정말’에서 보는 의사소통의 핵심, 경청

민병식

성석제(1960~ )는 소설가이며 시인으로 1986년 문학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1995년 문학 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해학과 풍자, 과장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 내는 작품을 주로 썼고 주요 작품으로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등이 있고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요산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조정래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이 인간이 정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성석제 작가가 문학잡지에 실었던 총 8개 단편을 수록한 단편집으로 그 중 ‘이 인간이 정말’이라는 이 작품은 단편집의 표제작이다.

 

엄마의 주선으로 나온 삼십 대 후반의 남자와 여자가 선을 본다. 요즘 말로는 소개팅이다. 그런데 남자는 앉자마자 입을 열기 시작해 테이블 위에 오르는 식재료를 주제로 인터넷에서나 습득함직한 잡다한 지식을 쫙쫙 늘어놓는다. 입은 먹기 위해서가 아닌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계속 나불거리기만 하는데 여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여자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마블링이 잘 된 고기는 건강하지 않은 소이고 전 세계에서 소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 가축의 사육 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먹거리 오염 문제, 닭들은 알을 낳기 위해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비위생적인 아이스크림의 기원, 중국 매춘업소 이야기까지, 음식을 앞에 두고 밥맛 떨어지는 말만 골라서 한다. 정상적으로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면서 풀 뜯어 먹고 되새김질을 하며 자란 건강한 소는 마블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근데 지겹다.

 

남자는 여자의 립밤을 가리키며 “그거 자꾸 칠하면 중독이라던데, 거기다 중독성 물질을 넣었대, 그 성분 중에는 입술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도 있다더라.”하고는 자리를 떠난다.

 

남자가 자리를 떠난 뒤 남은 여자는 그제야 소리 내 말한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부모님 덕분에 건물을 관리하며 백수로 지내는 남자와 그 부모님 밑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의 맞선이라는 설정이 재밌다. 부모를 잘 만나 건물 관리를 하고 지내지만 남자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었을까. 부모의 백그라운드에서 나오는 위세를 말로 풀어내려 했을까. 남자의 몰상식한 주절거림을 끝까지 들어준 여자의 인내가 대단하다. 아마 직장을 잘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종종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화는 사회적 상호작용임에도 중간에 끊는 비매너를 보이기도 한다. 소통의 문제다. 경청은 상대방을 향한 배려의 시작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며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긴다. 즉, 자신의 말을 늘어놓으며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피상적인 관계일 뿐이지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탈무드에 ‘신은 두 개의 귀와 하나의 혀를 주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작가는 계속 자기 말만 주절거리는 남자의 이기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관계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9.17 10:56 수정 2025.09.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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