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인터뷰] “조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IMF 취업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호텔 주방문을 두드린 청년

조리·영양·위생 3박자 갖춘 장기 플랜으로 기능장·명인·명장 석권

제자들과 대회 동고동락, 한국형 일식문화의 미래까지 그리다

김종인 편집장

 


이정기 백석예술대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조리명장 1호가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20년 외길, “조리계의 정점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다”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이정기 교수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정한 국제조리산업명장 1호 인증서를 받았다. 이미 2008년 최연소 조리기능장, 2016년 최연소 조리명인 1호 타이틀까지 보유한 그는 한국 조리사 사회에서 보기 드문 기록의 소유자다.


“명장패를 받는 순간 감격스러웠지만, 동시에 새로운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후학 양성에 더 집중하고, 한국만의 일식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좌절 대신 바다를 택한 청년, 호텔 주방의 문이 열리다

 

이 교수의 요리 인생은 고등학교 시절 지인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앞으로 일식 조리사가 유망하다.” 그 말에 귀가 솔깃해 낮에는 학교, 밤에는 일식당에서 기술을 익혔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그는 흔들림 없었다. 조리·영양·위생 자격증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향한 10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졸업 직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호텔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친구를 따라 추자도 고기잡이 배를 탔습니다. 바다 위에서 세상을 크게 보자고 생각했어요.”


몇 달 뒤, 드디어 신라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그는 뷔페 주방에서 아침 8시부터 밤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일식 과장을 찾아가 스스로 기회를 요청했다. 그 결과, 강남 일식전문점과 그랜드 워커힐 호텔로 이어지는 커리어가 열렸다.

 

조리사의 길은 “3년 버티기”로부터 시작

 

15년간 호텔 주방에서 실력을 쌓으며 위생사·영양사 면허증까지 취득한 그는 마침내 조리기능장, 조리명인, 조리명장 타이틀을 모두 손에 넣었다. 학업도 포기하지 않고 2012년 세종대 대학원에서 조리외식경영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생들에게 늘 말합니다. 조리계는 화려해 보이지만 현실은 고되고 힘들어요. 하지만 처음 3년은 눈 감고 버텨야 스킬이 붙는다고 조언합니다. 그 시기를 견디면 조리사로서의 길이 보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그리는 한국형 일식의 미래

 

현재 이 교수는 강단에서 제자들과 함께 웃고 울며 대회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대회가 다가오면 2주 이상 학생들과 합숙하다시피 하며 레시피를 가다듬는다.


“조리사는 앞으로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요리는 오감을 쓰는 창조적 작업이니까요.”


그는 앞으로도 한국만의 일식문화 개발, 프랜차이즈 연구, 후학 양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작성 2025.09.14 19:49 수정 2025.09.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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