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고석근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린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가 보다

 

 - 이기철, <빗방울> 부분

 

생택쥐페리의『어린 왕자』도입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나는 나의 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왜 모자가 무섭다는 거니?”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하고 있는 보아뱀 그림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아뱀의 내부를 그렸다. 어른들은 항상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어린 왕자』주인공 ‘나’는 비행사가 되어 창공을 날아다니며 외롭게 살아간다. 이런 나를 세상 사람들은 잘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 외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나’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자, 까마득히 잊고 있던 내면의 어린 왕자가 나타난다. 이런 커다란 불상사를 겪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잘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한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 왕자의 귀환을.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린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가 보다

 

나도 50대에 접어들며, ‘죽음’을 겪었다. 나도 그때 내 안의 어린 왕자를 만났다. 밤마다 같은 꿈을 꿨다. 태어나 세 살까지 자란 마을일 것이다. 여기저기 가봐도 빈집이었다. 내가 커가며 꼭꼭 눌러 놓은 나의 그림자, 그림자가 울고 있었다. 

 

내 안에서 늘 울고 있는 아이, 언젠가는 어린 왕자처럼 자신의 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9.11 12:09 수정 2025.09.1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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